네팔 대지진에서 생존한 생존자의 심리적 외상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8년이 지나 남들에게는 잊힌 그날의 기억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지만,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치유되고 있음 이기에 재난의 상황에서 살아남게 된 것과 심리적 외상에서 치유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8천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자연재해 재난의 현장은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비참한 모습이었습니다. 무너졌던 건축물들은 하나 둘 씩 재건되어 무너졌던 그 곳에서 변화되고 발전된 모습을 갖추어 가듯, 생존자의 심리적 외상에서 받은 상처가 치유와 성장으로 어떻게 나아가는지에 대한 생존자의 이야기 입니다.
"당신은 매우 심한 심적 외상의 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치 불이 활활 타고 있는 현장에 있는 것처럼요. 가능하면 빨리 이 재난현장을 벗어나야 합니다. 그것만이 심리적 외상에서 당신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의료봉사를 위해 한국에서 재난현장에 오신 정신과 의사선생님의 말이다.
네팔에서 대지진을 경험한 생존자의 입장에서 자연재해가 심리적 외상과 어떻게 연결되고 어떤 과정을 겪게 되며 치유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담았습니다.
자연재해로 심리적 외상을 경험할 수 있을까요?
네, 맞습니다. 자연재해는 심리적으로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심리적 외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015년도 네팔 대지진 경험처럼 자연재해는 매우 강한 불안과 공포 그리고 스트레스 등을 유발하게 됩니다.
첫 번째, 대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직접적인 위험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진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험을 하는 것은 극도로 긴장된 상황이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매우 심각한 심적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됩니다.
두 번째, 재해를 경험하고 생존한 경우, 가족이나 친구 그리고 집 등과 같이 삶의 터전을 잃거나 부상을 당하는 등과 같은 경험은 상실감과 슬픔, 때로는 분노로 이어지기도 하며 깊은 절망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정서적인 피해는 심리적 외상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세 번째, 실제로 대지진을 경험하는 동안 통신이 두절되어 가족이나 지인들과 연락이 두절되었고, 특히 외국에서 경험하는 자연재해는 주변에 도움을 받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적 지지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고립된 느낌과 외로움이 크게 증가할 수 있으며 이것이 심리적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며 심리적 외상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네 번째, 대지진을 경험한 후에는 72시간 동안 지진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 안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생존한 안도감보다는 다시 살아야 할 생존의 현실적인 문제로 '오늘 밤에 어디에서 지내고, 무엇을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한 막막함이 몰려옵니다. 분 단위로 이어지는 여진과 더 큰 지진이 올 것이라는 사람들의 말에 쉽게 불안감과 두려움이 크게 증가되는 것 역시 심리적 외상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다섯 번째, 대지진이 일어날 때 들었던 소리와 진동에 매우 취약해집니다. 건물이 갈라지거나 무너지는 모습을 본 경우에는 모든 건물이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으로 이어집니다.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여진 혹은 지진을 생각하며 두려워합니다. 이 모든 것은 과도한 스트레스 반응이며, 심리적 외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가지 이유들로 대지진 등과 같은 자연재해를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심리적 외상을 유발할 수 있는 많은 부정적 요소들을 갖게 됩니다.
자연재해로 인한 심리적 외상은 치유가 가능한가요?
네, 자연재해로 인한 심리적 외상은 치유가 가능합니다. 외상이 치유되기 위해서는 생존자가 적절한 시기에 지원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같은 자연재해를 경험하지만 더 자세히 보면 사람마다 자연재해로 인한 경험과 고통의 정도가 다릅니다. 따라서 자연재해를 경험한 생존자 모두에게 심리적 외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심리적 외상의 치유 방법은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심리적 외상을 입은 경우에는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심리치료, 심리상담, 인지행동치료 등 생존자에게 맞는 치료 계획을 세워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두 번째, 가족이나 친구 그리고 사회적 지지체계에서 감정과 경험을 나누고 이해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생존자에게 소중한 사람이나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면서 연결되는 것이 치유의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세 번째, 심리적 외상으로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이 이어질 때는 자기 돌봄과 같은 자기 치유과정이 효과적입니다. 마음을 고요하게 유지하기 위한 명상과 심호흡등의 기법을 활용하면 스트레스를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훈련하여 스트레스가 낮아지면, 이후에 남아있는 심리적 어려움을 회복하기 위한 다른 치료방법들도 고려볼 수 있습니다.
네 번째, 마음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으면 신체활동을 시작하여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고 치유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연결되도록 합니다. 운동과 취미활동을 꾸준히 하면 심리적으로 회복을 경험하게 됩니다.
다섯 번째, 생존자의 취약성으로 우울장애, 불안장애 등과 같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주는 경우에는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통해 약물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개인에게 맞는 약물을 찾는 것이 중요하고, 약물 치료로 모든 고통에서 치유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약물치료와 함께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여섯 번째, 생존자에게 가장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자연환경을 찾아 자연을 즐기는 활동은 심리적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자연은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고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일곱 번째, 자연재해를 통한 심리적 외상이 치유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조금씩 일상생활이 가능해지며 조금씩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입니다. 서두르지 말고, 조금씩 해나가면 됩니다.
심리적 외상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요?
심리적 외상(심적외상, Psycological trauma)에 대해서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외부의 요인에 의한 충격적인 사건으로 정신적 상처, 감정적 충격을 받아 나타나는 '정신적인 손상' 또는 '비정상적인 심리적 반응'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편, 외상 후 성장(PTG)을 가져오는 정신적 외상은 개인의 긍정적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위키백과 참고)
심리적 외상은 다음의 경험 등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1) 대지진, 홍수, 해일, 사고와 같이 자연재해나 사고로 위험한 상황을 경험한 경우입니다.
2) 모든 종류의 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등과 같이 폭력적인 경험을 한 경우입니다.
3) 전쟁, 테러 공격 등과 같은 군사적인 위협을 경험한 경우입니다.
4) 가족 분쟁, 가족 구성원의 사망, 이혼 등과 같은 대인관계 문제에서의 갈등과 손실을 경험한 경우입니다.
5) 인종 차별, 사회적 빈부의 격차등 사회적 재난과 사회적 문제를 경험한 경우입니다.
6) 증오범죄, 사건현장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 경우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도한 불안이나 공포 그리고 몰입적인 기억과 반복되는 기억으로 경험과 관련된 암울한 감정이나 인지적 왜곡 또는 강렬한 자극에 대한 과도한 반응을 경험한다면, 이러한 경우에는 심리적 외상에 해당됩니다.
마지막으로, 치유의 과정을 통해 외상 후 성장(PTG)을 어떻게 경험할 수 있나요?
외상 후 성장(PTG),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하고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입니다. 어떤 종류의 힘든 경험과 상황 그리고 심리적 외상을 겪었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 경험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와 개인적인 성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1. 외상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의 내면이 강화되는 강도와 인내력을 보게 됩니다.
2. 외상 후 가족이나 친구 또는 동료와 관계가 강화되고 더 깊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3. 외상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아의 의미와 목적 즉 자아 식별과 강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4. 외상을 통해 삶의 가치와 의미가 재평가되고 삶의 새로운 우선순위를 정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5. 감정의 다양성 그리고 표현에 대한 이해와 정서적인 성장을 이루는 것을 보게 됩니다.
6. 종교적 혹은 정신적 신념을 통해 외상 후 신념의 깊이와 의미를 발전시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심리적 외상을 경험한 후 외상 후 성장에서 가끔은 불안과 두려움 등의 감정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몸이 기억하는 경험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아차림'을 통해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생존자이신가요?
당신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경청할 마음이 '마음을 위한 공간'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우리는 함께 심리적 외상을 이겨내고 외상 후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쿠시보라는 2015년 4월 25일 강도 7.8의 대지진에 이어 2015년 5월 12일 강도 7.3의 두 번째 강진을 모두 카트만두에서 겪었으며 학교 공터에서 20일을 노숙하였고 크고 작은 여진을 300번 이상 경험했으며 현재까지도 심리적 외상에서 회복하고 있다.
"한 번이라도 내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잘 수 있었으면.. " 그 때의 바람은 이것뿐이었다.
참고논문: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and its associated factors among survivios of 2015 earthquake in Nepal
(15 May 2023, Radha Acharya Pandey외 7명, BMC Psychia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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